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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경의 콘텐츠 공정계약] ① 공동저작권 계약,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
입력 2023.06.16 09:30
공동저작권 계약은 올해 상반기 웹툰업계와 저작권법 학계의 주요 화두였다. ‘검정고무신’ 사건이 원인이다.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인 故 이우영 작가와 형설앤 간 분쟁의 계기는 공동저작권 계약이다. 공동저작권 계약 문제는 대략 14~15년 전인 2007~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저작권 계약 문제는 과거 ‘검정고무신’ 사건과 또 다른 양상이다. 새로운 공동저작권 계약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업계 현장에서 공동저작권 계약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와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로 인해 새로운 유형의 공동저작권 계약 관련 분쟁이 생겨난 상황이다.
공동저작권 계약은 내용부터 복잡해 작가와 사업자 모두에 이득이 되는지 쉽게 알 수 없다. 그러다 손해를 본다고 느낀 쪽에서 계약을 문제 삼으면 분쟁이 된다.
작가들에게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작가와 회사가 모두 저작권을 가지니 모두 좋은 것 같다"고 답변한다. 과연 그런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작가가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를 살펴봤다.
웹툰 작가들 ‘구름빵 사건’ 후 저작권 양도계약 기피
웹툰 작가가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저작권 양도계약을 기피해서다. ‘구름빵’ 사건이 배경이다. 구름빵 사건은 창작자 백희나 작가가 출판사 한솔교육과 체결한 저작권 양도계약 관련 분쟁을 말한다. 당시 백 작가는 저작권 양도계약으로 인해 권리를 잃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작가들은 공동저작권 계약을 선호한다. 공동저작권 계약은 창작자의 권리가 일정 부분 유지될 수 있어서다.
백희나 작가는 십수년에 걸쳐 힘겨운 투쟁을 해왔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백 작가가 한솔교육과 체결한 계약서 제2조에서 계약의 대상은 ‘구름빵 그림책 1권’으로 특정됐다. 법원은 계약서 제5조 제1항에서 ‘저작물의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일체의 권리(2차적 저작물 작성권 포함 등)’이라고 기재된 내용을 보고 구름빵 캐릭터까지 모두 한솔교육에 양도됐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19나2007820,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로 인한 확정).
결국 백 작가는 패소했고 구름빵 사건은 업계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과거 변호사를 멀리하던 창작자도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먼저 변호사 법률상담을 요청한다. 특히 양도의 ‘양(讓; 넘겨줄 양)’만 언급돼도 작가가 크게 반감을 가지며 계약조차 하지 않으려고 할 정도다.
그간 수많은 창작자가 신인 시절부터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매절이나 다름이 없는 저작권 양도계약을 체결해온 것도 영향을 준 셈이다. 저작권 양도계약으로 인해 생긴 불이익은 무(無)권리자가 된 창작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창작자가 양도계약에 극심한 거부감을 가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저작권 양도계약 기피는 불공정한 계약이 횡행한 과거가 현재의 트라우마(trauma)로 남은 영향이다.
계약 유형만으로 좋고 나쁨 구별 어려워…내용이 중요
그렇다고 작가가 섣불리 공동저작권 계약을 선택해서는 곤란하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는 속담처럼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공동저작권 문제를 검토해 보면 100% 지분양도를 피하려다 체결해 버린 이상한 공동저작권 계약이 많다. 계약 취지를 오해했거나 입법자가 공동저작권 법률규정을 통해 지키고자 한 본질을 훼손시키는 계약서가 다수 발견된다는 얘기다.
공동저작권 계약은 창작자 권익과 사업자 이익을 서로 조율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다수의 권리자 사이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예측해야 한다. 이렇게 예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계약 내용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살펴야 한다. 공동저작권 계약은 그 내용을 정하는 것부터 어려운 셈이다.
회사가 주로 계약서를 제공하므로 작가에게 선택권이 별로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양측의 협상력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 명심할 점은 작가도 제대로 알고 계약해야 한다는 점이다. 계약이 단순히 저작권 양도인지 공동저작권인지만 보는 것은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계약의 내용이다.
모든 계약은 그 유형 자체만으로 좋고 나쁘고가 구별되지 않는다. 공동저작권 계약이라고 해서 ‘작가도 좋고, 회사도 좋은’ 공동의 목적이 달성된다고 보장하긴 어렵다. 다음 칼럼은 사업자가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려는 이유를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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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경의 콘텐츠 공정계약] ① 공동저작권 계약,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
공동저작권 계약은 올해 상반기 웹툰업계와 저작권법 학계의 주요 화두였다. ‘검정고무신’ 사건이 원인이다.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인 故 이우영 작가와 형설앤 간 분쟁의 계기는 공동저작권 계약이다. 공동저작권 계약 문제는 대략 14~15년 전인 2007~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저작권 계약 문제는 과거 ‘검정고무신’ 사건과 또 다른 양상이다. 새로운 공동저작권 계약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업계 현장에서 공동저작권 계약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와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로 인해 새로운 유형의 공동저작권 계약 관련 분쟁이 생겨난 상황이다.
공동저작권 계약은 내용부터 복잡해 작가와 사업자 모두에 이득이 되는지 쉽게 알 수 없다. 그러다 손해를 본다고 느낀 쪽에서 계약을 문제 삼으면 분쟁이 된다.
작가들에게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작가와 회사가 모두 저작권을 가지니 모두 좋은 것 같다"고 답변한다. 과연 그런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작가가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를 살펴봤다.
웹툰 작가들 ‘구름빵 사건’ 후 저작권 양도계약 기피
웹툰 작가가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저작권 양도계약을 기피해서다. ‘구름빵’ 사건이 배경이다. 구름빵 사건은 창작자 백희나 작가가 출판사 한솔교육과 체결한 저작권 양도계약 관련 분쟁을 말한다. 당시 백 작가는 저작권 양도계약으로 인해 권리를 잃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작가들은 공동저작권 계약을 선호한다. 공동저작권 계약은 창작자의 권리가 일정 부분 유지될 수 있어서다.
백희나 작가는 십수년에 걸쳐 힘겨운 투쟁을 해왔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백 작가가 한솔교육과 체결한 계약서 제2조에서 계약의 대상은 ‘구름빵 그림책 1권’으로 특정됐다. 법원은 계약서 제5조 제1항에서 ‘저작물의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일체의 권리(2차적 저작물 작성권 포함 등)’이라고 기재된 내용을 보고 구름빵 캐릭터까지 모두 한솔교육에 양도됐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19나2007820,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로 인한 확정).
결국 백 작가는 패소했고 구름빵 사건은 업계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과거 변호사를 멀리하던 창작자도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먼저 변호사 법률상담을 요청한다. 특히 양도의 ‘양(讓; 넘겨줄 양)’만 언급돼도 작가가 크게 반감을 가지며 계약조차 하지 않으려고 할 정도다.
그간 수많은 창작자가 신인 시절부터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매절이나 다름이 없는 저작권 양도계약을 체결해온 것도 영향을 준 셈이다. 저작권 양도계약으로 인해 생긴 불이익은 무(無)권리자가 된 창작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창작자가 양도계약에 극심한 거부감을 가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저작권 양도계약 기피는 불공정한 계약이 횡행한 과거가 현재의 트라우마(trauma)로 남은 영향이다.
계약 유형만으로 좋고 나쁨 구별 어려워…내용이 중요
그렇다고 작가가 섣불리 공동저작권 계약을 선택해서는 곤란하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는 속담처럼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공동저작권 문제를 검토해 보면 100% 지분양도를 피하려다 체결해 버린 이상한 공동저작권 계약이 많다. 계약 취지를 오해했거나 입법자가 공동저작권 법률규정을 통해 지키고자 한 본질을 훼손시키는 계약서가 다수 발견된다는 얘기다.
공동저작권 계약은 창작자 권익과 사업자 이익을 서로 조율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다수의 권리자 사이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예측해야 한다. 이렇게 예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계약 내용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살펴야 한다. 공동저작권 계약은 그 내용을 정하는 것부터 어려운 셈이다.
회사가 주로 계약서를 제공하므로 작가에게 선택권이 별로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양측의 협상력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 명심할 점은 작가도 제대로 알고 계약해야 한다는 점이다. 계약이 단순히 저작권 양도인지 공동저작권인지만 보는 것은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계약의 내용이다.
모든 계약은 그 유형 자체만으로 좋고 나쁘고가 구별되지 않는다. 공동저작권 계약이라고 해서 ‘작가도 좋고, 회사도 좋은’ 공동의 목적이 달성된다고 보장하긴 어렵다. 다음 칼럼은 사업자가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려는 이유를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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