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경의 콘텐츠 공정계약] ② 제작사가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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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경의 콘텐츠 공정계약] ② 제작사가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


  • 서유경 아티스 대표변호사 
입력 2023.06.28 15:22 





웹툰 창작자와 제작사(콘텐츠 공급자, CP)가 체결하는 공동저작권은 계약 형태가 각양각색이다. 각 제작사가 제시하는 형태와 계약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창작자와 CP가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는 배경도 다르다.

당연히 꼼꼼히 잘 살펴보고 서로의 이해가 맞아야 한다. 합의점을 찾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추후 분쟁을 피할 수 있다. 특히 공동저작권 계약은 다른 계약과 달리 법리가 특수하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제는 각 현장에서 서로가 이해하는 공동저작권의 개념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웹툰 업계는 너무도 섣불리 공동저작권 계약을 도입하는 모양새다. 지난 칼럼에서는 창작자가 저작권 양도계약을 피하려고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를 살펴봤다. 이번 칼럼은 CP가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를 짚어보고자 한다.


‘확보한 저작권이 CP 경쟁력’

CP는 저작권을 확보해야만 한다.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방법은 ‘저작권 이용허락(利用許諾, copyright license)’ 계약과 ‘저작권 양도(讓渡, copyright transfer)’ 계약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저작권 이용허락은 CP가 원천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고, 저작권 양도는 원천 콘텐츠를 CP가 완전히 넘겨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CP 입장에서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은 매력적이지 않다. 계약된 범위에서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CP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면 그 때마다 저작권자로부터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한다. CP는 이 과정이 매우 번거롭다. 심지어 저작권자가 허락하지 않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도 없다. 사업적 위험(리스크)이 높다.

일례로 A라는 CP는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경쟁사인 B가 같은 작품의 저작권을 양도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투자를 유치하면 A는 초조해 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으로 생각해도 저작권을 보유한 CP와 이용권만 가진 CP를 비교하면 당연히 전자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CP가 적극적으로 저작권 양도계약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다. 반면 웹툰 창작자(작가)는 저작권을 CP에 내어주면 작품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다.

결국 저작권 양도계약은 창작자와 CP가 서로 누가 저작권을 갖게 될지를 다투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된다. 양도계약은 저작권 지분 0%가 아니면 100%가 되어서다.


공동저작권 계약의 맹점

공동저작권은 이런 상황에서 대안 역할을 한다.

이상적인 계약 과정은 다음과 같다. CP가 우선 공동저작권 계약을 통해 저작권 지분을 취득한다. 이후 CP는 취득한 공동저작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대표권 설정을 받아 단독으로 사업화한다.

만약 CP가 다른 공동저작권자인 웹툰 작가와 문제가 생겨도 대내적으로 잘 해결하면 된다. 대외적으로는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법률조항(저작권법 제48조 제4항, 제15조 제3항)이 있어 거래 상대방과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발생하는 문제의 양태를 보면 이상과 다른 점이 있다.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지분 일부만 취득한 CP가 사실상 저작권 100%를 양수한 것 같은 계약조항을 도입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① 웹툰 작가가 CP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하는 ‘금지’ 조항 ② 웹툰 작가가 CP와 의견이 달라 사업화가 지체되거나 무산되면 손해를 배상하는 ‘손해배상’ 조항 ③ CP가 웹툰 작가를 교체할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 ④ 공동저작권은 유지하면서 정산은 계약기간에 한해 이뤄진다는 조항 등이다.

CP는 나름의 애로가 있다고 말한다.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해서 작품은 확보했지만 여러 명의 저작권자가 저마다 노를 젓는다는 주장이다. 공동저작권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CP의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CP가 공동저작권 관계를 청산할 수는 없다. CP 경쟁력이 확보한 저작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CP는 결국 사업 추진에 차질이 없는 것을 최우선으로 ‘관리’라는 명분 아래 다른 공동저작권자인 작가의 권리를 엄격하게 제한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공동저작권 계약의 핵심과 맞지 않는 주장이다. 공동저작권 계약의 핵심은 공동저작권자 간 권리관계를 인정하고 서로 조율해 전원의 합의를 도출하는데 있다. 만약 전원 합의가 어렵다면 대표권을 설정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한다. 이 모든 과정의 전제는 ‘공동저작권자 각자 지분권에 따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공동저작권 계약은 애당초 저작권 양도계약을 회피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다. 일부 지분을 가진 공동저작권자가 나머지 지분을 가진 권리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아직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아니다. 웹툰 업계에 적합한 공동저작권 모델 마련을 위해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작가가 섣불리 공동저작권 계약을 선택해서는 곤란하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는 속담처럼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공동저작권 문제를 검토해 보면 100% 지분양도를 피하려다 체결해 버린 이상한 공동저작권 계약이 많다. 계약 취지를 오해했거나 입법자가 공동저작권 법률규정을 통해 지키고자 한 본질을 훼손시키는 계약서가 다수 발견된다는 얘기다.

공동저작권 계약은 창작자 권익과 사업자 이익을 서로 조율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다수의 권리자 사이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예측해야 한다. 이렇게 예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계약 내용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살펴야 한다. 공동저작권 계약은 그 내용을 정하는 것부터 어려운 셈이다.

회사가 주로 계약서를 제공하므로 작가에게 선택권이 별로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양측의 협상력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 명심할 점은 작가도 제대로 알고 계약해야 한다는 점이다. 계약이 단순히 저작권 양도인지 공동저작권인지만 보는 것은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계약의 내용이다.

모든 계약은 그 유형 자체만으로 좋고 나쁘고가 구별되지 않는다. 공동저작권 계약이라고 해서 ‘작가도 좋고, 회사도 좋은’ 공동의 목적이 달성된다고 보장하긴 어렵다. 다음 칼럼은 사업자가 공동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려는 이유를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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